2025 수능 리뷰

수능이 끝나고 나서는 정말 하고 싶은 말이 많고, 변명하고 싶은 것들이 많았지만 6개월이 지난 지금은 왜 대학을 가고 싶어했는지 뭘 열심히 하려고 했는지 기억도 잘 나지 않는다. 미련도 없고 아련한 추억만 같다. 그럼에도 이제 와서 간단한 리뷰를 남기는 것은 당시에 끄적였던 글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시험이 어땠는지 왜 공부를 하려고 했는지 남기는 것은 큰 의미가 없어 보인다. 썰물이 빠지고 남은 교훈들은 아래와 같다.

  • 열심히 하려고 하면 안 된다. 순공 x시간을 채워가며 공부하면 역전이 가능하다는 생각은 환상이다.
  • 단지 꾸준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 다만 꾸준히 하다가 절박함이 커졌을 때만이 순공 x시간의 환상을 현실로 만들 수 있다.
  • 꾸준히 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아니다. 조바심만 커지다 결국 아무것도 이루지 못한다.
  • 그럼에도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보다 꾸준히 하지 않는 것이 더 많이 남는다.

다만 당시에 작성한 전략을 보면 시간이 없었으므로 꾸준한 훈련과 노력이 필요함을 배제했다.

  • 똑똑하고 비겁하게 공부한다.
  • 스스로의 학습능력을 의심하지 않는다.

그리고 발생했던 문제들

  • 수능 공부가 목적이 되니까 하기 싫어졌다.
  • 개념 기반의 논리만으로 시간 안에 문제를 모두 푸는 것은 불가능한 것 같다.
  • 경주마가 되고자 하니 시야가 좁아진다. 스트레스를 받으니 공부가 더 잘 안된다.

역시나 꾸준히 하는 것만이 해결할 수 있는 문제들이다. 스스로를 과대 평가하면 안된다. 하루에 3시간 겨우 집중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여유를 두고 꾸준히 공부해야 한다.

좋은 교훈을 얻었지만 내가 지금 그것을 실천하고 있냐고 한다면 부끄럽게도 대답은 ‘아니요’다. 오만함의 관성. 그리고 일의 우선순위를 정하지 못하고 허둥대며 인생에 중심을 찾지 못하는 나에게는 꾸준함이 제일 어려운 과제와도 같다. 그나마 최근 의식주를 철저히 분석하고 개선하고자 한 것이 성과를 보여 다행이다.

이상 당시 남긴 감상을 마무리로 글을 마친다.


상황과 환경이 좋은 대학을 들어갈 수 있는 상태임에도 노력하지 않는 것은 문제가 있지만 그렇지 않다면 수능을 잘보기 힘들다. 생각 이상으로 많은 것들을 기계화해서 머슬 메모리로 만들어야지 시험을 잘 볼 수 있다는 확신이 든다. 노력하지 않았기 때문에 후회가 남는 것은 이해하지만 어쩌면 좋은 성적을 받지 못했다고 후회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

좋은 대학을 들어가면 많은 이점들이 있다. 더 높은 수준의 교육을 받을 수 있고 더 많은 기회가 주어
지고 사회에서도 학연으로 도움받기 좋다. 확실히 지잡대라고 멸시하는 대학들의 학업 수준은 떨어진다. 반대로 생각하면 지잡대에서 성과를 내고 열심히 했을 때 주목받고 기회를 독식하기 좋을 수도 있다.

명문대마저 취업사관학교라는 비웃음을 사고 있는 상황에서 이런 오명을 벗기 위해서는 대학 수준과 관계없이 모든 대학에서 학문으로써의 교육을 하면 되지만 현실적으로 그렇지 못하는 것 같다.

그럼에도 세상은 많이 좋아졌다. 학계에 들어가야만 하는 꿈을 가진 것이 아니라면 좋은 무료 교육을 받을 기회는 넘쳐난다. AI 도구는 지적 능력을 대체하기도 하겠지만 내가 빠르게 지적 능력을 쌓는 것을 도와주기도 한다. 지적 능력 향상을 넘어선 꿈을 키우자. 그것 또한 초지능이 대체할 날이 오겠지만 말이다.

워라벨을 신경 쓸 수 없는 서민 계급에 속하면서 학문에 대한 열망을 가진 공상가가 있다면 고달프겠지만 대학을 다닐 여유가 있는 젊은 청년들이 냉소주의나 패배감에 빠져 있다면 다시 한번 생각해보기를 바란다. (오늘날 대학 진학률이 70%가 넘는다고 한다.)

수능도 끝나고 회사 생활도 끝나고 생활한 결과 공부는 여유롭고 행복한 상황에서 하고 싶어지고 이때 효율이 제일 좋다. 뇌 가소성은 스트레스를 받으면 떨어진다. 근데 경주마가 되면 알아차리기 힘들고 비효율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 그러니 모두 미리 미리 공부해두자!

주로 이런식으로 공부했었다.
무언가 허겁지겁 공부했던 기록들이다.
딴 생각이 정말 자주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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