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O도 제대로 설정하지 않은 블로그지만 나를 일방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매체가 있다는 것은 두려우면서도 설레는 일이다. 정말 쓸데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감정이 조금 센치해질 때는 담담하게 내가 어떤 인간이고 어떤 생각으로 살아왔는지 고백하려는 노력을 하기도 한다. 그럼 조금 기분이 차분해지다가 어느 역치를 넘어서면 오글거리고 자기 변명의 구석들이 눈에 밟혀 공개하고 있지는 않지만 말이다.
최근에는 사회적 시선으로도 제대로 된 인간이 되고자 하는 다짐이 생겼다. 말하자면 죄와 벌에서 포르피리가 주인공에게 외치는 ‘Don’t be overwise; fling yourself straight into life, without deliberation;’를 실천하는 인간이 되고자 하는 것이기도 카뮈가 말하는 행복한 시지프가 되고자 하는 것이기도 하다. 이런 결론 또한 한 순간에 나오는 것은 아니다. 우울증, 무력감, ADHD에 대한 고민들, 생산성과 관련한 다양한 도전들, 수능을 다시보고 느낀 점, 연애에 대한 생각 등 다양한 생각 더미들과 그로 인한 죄책감과 자기 성찰이 이끈 하나의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내가 좋아하던 정성적인 것보다 누구에게나 증명할 수 있는 정량적인 것들을 쌓아가고자 했다. 다양한 자격증 공부와 같은 것 말이다. 그래서 처음에는 학습 능력을 강화하기 위한 서적을 찾아보았다. 평범한 자기계발서나 뇌피셜이 아닌 과학에 기반한 학습 능력 강화 서적을 찾고자 했고 그렇게 발견한 것이 ‘어떻게 공부할 것인가’라는 책이다. 읽고 보니 어디선가 보았던 유튜브의 학습 관련한 컨텐츠는 모두 이 책에서 소개하는 연구들을 기반으로 했다. 시간을 들여서 읽어보기를 추천한다.

다음으로는 생산성 향상을 위한 서적을 찾아보았다. 그리고 이런 저런 책에 싫증을 느낄 때쯤 ‘4000주’를 읽었다. 불교적 가르침이 스며들어 있는 책이다. 평소의 경험과 깨달음 없이 이 책을 읽으면 별로 공감하지 못할 것이다. 나의 경우에는 이 책을 읽고 내가 해야할 고민들과 선택이 명확해졌기 때문에 추천하고 싶다. 더욱이 오랫동안 잊고 있었던 불교적 가르침을 다시금 마음에 새기게 하고 명상에 대한 내 오해를 해결하는 계기가 되었기 때문에 큰 전환점이 되었다.
- 요즘 내게는 헬스장에서 런닝머신 뛰는 것이 일종의 수련이다. 런닝머신을 제일 오래 뛰는 방법이 뭐라고 생각하냐고 묻는다면 사람들의 대답은 다양할 것이다. 불교적 가르침과 명상을 통해 깨달은 방법은 단지 현재에 집중하는 것이다. 달리면서 느끼는 신체의 감각들과 호흡에 집중하며 머리 속 의식을 그저 흐르게 둔다면 달리는 행위 자체에 몰입하게 되고 오래 뛰어도 힘들다는 감각이 적으며 무엇보다도 어디선가 자꾸 생겨나는 지루하다는 마음 속 압박감이 사라진다. 만약 뛰다가 시간과 기록을 보거나, 목표를 세우거나, 티비를 보는 행위 등을 하면 바로 힘들어지고 지루해지고 달리는 행위를 중단하고 싶어진다.
- 그동안 나는 능력 있는 사람이라면 여러가지 일들을 모두 꾸준히 진행할 수 있다고 믿어왔고, 나 또한 능력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했기에 정말 다양한 아이디어를 동시에 진행했으나 어느 하나 제대로 완성한 적이 없다. 그렇기에 항상 어떠한 압박감과 충분히 성취하지 못한 것에 대한 죄책감을 느껴왔는데 많은 것들을 과감하게 포기하는 것이 큰 도움이 되었다.
예를 들어 나는 ‘게임 개발’, ‘서비스 개발’, ‘그림 그리기’, ‘책 읽기’, ‘영어 공부’, ‘일본어 공부’, ‘작곡 공부’, ‘기타 연습’과 같은 것을 하루에 30분씩만 꾸준히 진행하면 1년만 지나도 엄청난 능력자가 될 것이라는 환상에 빠졌다. 하지만 오히려 우선순위 설정에 애를 먹고 아무것도 하지 못하며 자책만 했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생산성 향상을 위한 다양한 기법과 어플을 시도해보았지만 오래가지 않았다. 피로도가 높은 작업은 습관화하기 힘들다. 그러다 어떤 프로젝트의 마감일이 다가오면 나머지 것들을 배수진 치는 마음으로 포기하고 그 하나를 더 열심히 하고자 하였으나 역시 제대로 진행되지 않았다.
이 모든 것은 능력있고 성실하고 성공한 사람이라면 당연히 할 수 있는 것들이라고 스스로 착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성공한 사람들은 자기가 잘 하기 시작한 것에 우선순위를 두고 그것에만 집중한다. 또한 포기라는 것은 배수진을 치는 행위가 아니다. 배수진이야 말로 포기하고자 선택한 것을 포기하지 않았음을 굴욕적으로 보여주는 행위라고 생각한다. 아무 생각 없이 하고자 하는 것을 해야 한다.
그래서 요약하자면 요즘 나는…
-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일 3 가지만 선택해서 진행하고 있다.
- 집중을 위해서 명상을 수련하고 있다.
- 시간 남으면 하지 않고 즉시 하려고 한다.
- 불교의 가르침을 마음에 새기면서 행복과 삶의 조화를 배우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