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나를 좋아하는 사람이 좋다라는 생각을 한지 몇 년이 지난 것 같은데 어느새인가 다시 나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을 좋아하고 있는 것 같다. 사랑도 아니고 단지 좋아한다는 결론 자체가 주는 감정적 동요가 불쾌하다.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
- 친구가 좋긴 하다. 누군가의 목소리만 들어도 웃긴 인연이라니.
- 롤을 그만 둔 것은 올해 한 선택 중에서 제일 좋은 선택이다. 감정적으로 약해져 있을 때 이를 핑계삼아 PC방과 게임에 의식을 맡겨왔다. 오늘은 대신 운동과 작곡에 감정을 불태우고 명상했다.
- 내 기획안은 완벽하다. 좋은 태도로 차근차근 내가 아는 것을 해나간다면 실패할 일은 없다. 감정의 동요만 제외한다면. 행복한 가족과 행복한 유년기가 그래서 중요하다. 좋은 부모가 되어야겠다는 다짐을 하며 일기에 어리광을 피워본다.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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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2 일기
있지도 않은 청춘이었지만 그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음을 느낀다. 청춘 그리고 젊음이 무엇일까? 부모님의 나이가 되어 내 청춘은 무엇으로 표현될까? 아무 생각 없이 그냥 사는 것이 좋겠지만 그런 사람들도 나를 표현하고 증명하고자 하는 욕구가 있었을 것이다.
행복한 가족, 소유한 집, 사회적 지위 등으로 내 젊음을 치환한다는 것은 굉장히 덧없고 이기적인 방식으로 느껴진다. 질병과 재해 앞에서 쉽게 사람들이 무너지는 이유가 될 뿐이다. 그래서 그것은 온전히 나의 것이며 내 감정을 표현한 창작물 혹은 그것을 가공한 콘텐츠가 되어야 한다. 동시에 누군가와 공유할 수 있고 쉽게 소실되지 않았으면 한다.
오늘날 그것은 분명히 글, 그림, 음악이 아닐까 싶다. 그 중에서도 음악은 시, 이미지, 소리로 하나의 형태를 이루고 그것을 앨범이라는 이야기로 배포하기 때문에 제일 복합적이다. 굳이 이유를 댓지만 사실 그냥 음악이 많이 좋아서 항상 음악을 만들고 싶었다. 다만 상업성과 오락성을 가진 콘텐츠를 만들고 싶진 않았다. 게임 개발을 그렇게 실패하기도 했다.
저는 그렇게 누군가에게 평생 기억되고 회자되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이러한 작업들을 통해 저만의 사소한 흔적들을 조금이라도 남기고 싶습니다. 설령 그게 아무리 병신같고 시대착오적인 꿈이라 할지라도요.
그런 와중에 파란노을의 앨범 소개를 보고 가슴이 뜨거워져 밀어붙이게 된 프로젝트가 앨범 발매다. ‘NHK에 어서 오세요’, ‘Nirvana’가 최고로 좋았던 내 자아가 죽어가고 있는 요즘, 그것들이 도리어 싫어져버리는 건 아닐지 두려운 요즘, 그때의 감정이 사라지기 전에 그 추억과 슬픔들을 약간은 정돈되지 않은 방식으로 갈무리하고 싶다.
슈게이저가 될지 힙합이 될지 하이퍼팝이 될지 얼터너티브 록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좋아하던 음악과 닮아있겠지. 다만 생각한 것보다 쉽지는 않다. 그래도 뭔가 될 것 같은 기분. 음악 기초부터 배우지는 않겠지만 기타를 구매한지 3년이 지나고서야 기타를 제일 많이 만지고 있음은 고무적이다.
2025-12-10 일기
조금 더 관능적으로 행동할 필요가 있다. 생각 없이 행동부터 하라는 말은 아니지만 멈추겠다는/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을때 묘하게 주저하게 되는 그 타이밍을 이겨내고 진행하는 것이 주는 묘한 흥분과 성공 법칙을 알아야 한다.
음악과 게임을 만들 때도 그렇다. (사실 모든 것이 그렇다.) 잘 진행되지 않을 때 과감히 멈추는 법을 알아야 한다. 그리고 계획대로 진행되지 않는 것처럼 보여도 자신의 감각을 믿는 법을 알아야 한다. 그 결과가 조금 엉성하거나 머릿속에 있는 이상적 모습과 다르더라도 무시하는 법을 알아야 한다. 불협화음 처럼 들리는 음정이 갑자기 다른 음정을 만나 멋진 화음이 되는 것처럼 작은 디테일은 무시하고 진행부터 해야하는 경우가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그렇게 디벨롭하고 배포해야 성장하고 결국 성공한다.
생각이 많은 사람들이 저주를 푸는 방법이 그런 것 같다. 도전가 정신은 또 투철해서 새로운 일을 벌이고 몽상가라 기획도 잘 하는데 완벽주의자라고 생각하고 있다면 당장 그 자아를 죽여야 한다. 사실 이게 제일 제일 어려운 부분이다. 자아를 죽이는 것도 어려운데 상황에 맞춰서 그 자아를 쓰고 벗을 줄 알아야 한다. 아무것도 모르는 바보거나 모든 감정적인 매커니즘과 환경의 영향을 분석해서 의식을 집중하는 훈련을 진행하거나.
생각이 많거나 지능이 높다고 말하는 것은 그 사람이 그만큼 자아를 비대하게 키워왔다는 말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진짜 현명한 사람들은 그것을 이해하고 대응할 수 있는 사람들이다.
적다보니 눈치챘는데 나는 결국 관능이 자아를 이길 수 있다고 말하고 있구나. 보충 설명하자면 관능이란 섹스이자 인간의 본능이니까 의식적으로 형성한 자아를 당장 죽이지 않고 우회할 수 있는 좋은 열쇠가 아닌가 싶다. 그리고 결국 인간은 호르몬의 노예니까 관능함에 유용한 테스토스테론을 포함한 호르몬 분비 정상화에 도움을 주는 운동을 무조건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2025-12-01 일기
SEO도 제대로 설정하지 않은 블로그지만 나를 일방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매체가 있다는 것은 두려우면서도 설레는 일이다. 정말 쓸데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감정이 조금 센치해질 때는 담담하게 내가 어떤 인간이고 어떤 생각으로 살아왔는지 고백하려는 노력을 하기도 한다. 그럼 조금 기분이 차분해지다가 어느 역치를 넘어서면 오글거리고 자기 변명의 구석들이 눈에 밟혀 공개하고 있지는 않지만 말이다.
최근에는 사회적 시선으로도 제대로 된 인간이 되고자 하는 다짐이 생겼다. 말하자면 죄와 벌에서 포르피리가 주인공에게 외치는 ‘Don’t be overwise; fling yourself straight into life, without deliberation;’를 실천하는 인간이 되고자 하는 것이기도 카뮈가 말하는 행복한 시지프가 되고자 하는 것이기도 하다. 이런 결론 또한 한 순간에 나오는 것은 아니다. 우울증, 무력감, ADHD에 대한 고민들, 생산성과 관련한 다양한 도전들, 수능을 다시보고 느낀 점, 연애에 대한 생각 등 다양한 생각 더미들과 그로 인한 죄책감과 자기 성찰이 이끈 하나의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내가 좋아하던 정성적인 것보다 누구에게나 증명할 수 있는 정량적인 것들을 쌓아가고자 했다. 다양한 자격증 공부와 같은 것 말이다. 그래서 처음에는 학습 능력을 강화하기 위한 서적을 찾아보았다. 평범한 자기계발서나 뇌피셜이 아닌 과학에 기반한 학습 능력 강화 서적을 찾고자 했고 그렇게 발견한 것이 ‘어떻게 공부할 것인가’라는 책이다. 읽고 보니 어디선가 보았던 유튜브의 학습 관련한 컨텐츠는 모두 이 책에서 소개하는 연구들을 기반으로 했다. 시간을 들여서 읽어보기를 추천한다.

다음으로는 생산성 향상을 위한 서적을 찾아보았다. 그리고 이런 저런 책에 싫증을 느낄 때쯤 ‘4000주’를 읽었다. 불교적 가르침이 스며들어 있는 책이다. 평소의 경험과 깨달음 없이 이 책을 읽으면 별로 공감하지 못할 것이다. 나의 경우에는 이 책을 읽고 내가 해야할 고민들과 선택이 명확해졌기 때문에 추천하고 싶다. 더욱이 오랫동안 잊고 있었던 불교적 가르침을 다시금 마음에 새기게 하고 명상에 대한 내 오해를 해결하는 계기가 되었기 때문에 큰 전환점이 되었다.
- 요즘 내게는 헬스장에서 런닝머신 뛰는 것이 일종의 수련이다. 런닝머신을 제일 오래 뛰는 방법이 뭐라고 생각하냐고 묻는다면 사람들의 대답은 다양할 것이다. 불교적 가르침과 명상을 통해 깨달은 방법은 단지 현재에 집중하는 것이다. 달리면서 느끼는 신체의 감각들과 호흡에 집중하며 머리 속 의식을 그저 흐르게 둔다면 달리는 행위 자체에 몰입하게 되고 오래 뛰어도 힘들다는 감각이 적으며 무엇보다도 어디선가 자꾸 생겨나는 지루하다는 마음 속 압박감이 사라진다. 만약 뛰다가 시간과 기록을 보거나, 목표를 세우거나, 티비를 보는 행위 등을 하면 바로 힘들어지고 지루해지고 달리는 행위를 중단하고 싶어진다.
- 그동안 나는 능력 있는 사람이라면 여러가지 일들을 모두 꾸준히 진행할 수 있다고 믿어왔고, 나 또한 능력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했기에 정말 다양한 아이디어를 동시에 진행했으나 어느 하나 제대로 완성한 적이 없다. 그렇기에 항상 어떠한 압박감과 충분히 성취하지 못한 것에 대한 죄책감을 느껴왔는데 많은 것들을 과감하게 포기하는 것이 큰 도움이 되었다.
예를 들어 나는 ‘게임 개발’, ‘서비스 개발’, ‘그림 그리기’, ‘책 읽기’, ‘영어 공부’, ‘일본어 공부’, ‘작곡 공부’, ‘기타 연습’과 같은 것을 하루에 30분씩만 꾸준히 진행하면 1년만 지나도 엄청난 능력자가 될 것이라는 환상에 빠졌다. 하지만 오히려 우선순위 설정에 애를 먹고 아무것도 하지 못하며 자책만 했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생산성 향상을 위한 다양한 기법과 어플을 시도해보았지만 오래가지 않았다. 피로도가 높은 작업은 습관화하기 힘들다. 그러다 어떤 프로젝트의 마감일이 다가오면 나머지 것들을 배수진 치는 마음으로 포기하고 그 하나를 더 열심히 하고자 하였으나 역시 제대로 진행되지 않았다.
이 모든 것은 능력있고 성실하고 성공한 사람이라면 당연히 할 수 있는 것들이라고 스스로 착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성공한 사람들은 자기가 잘 하기 시작한 것에 우선순위를 두고 그것에만 집중한다. 또한 포기라는 것은 배수진을 치는 행위가 아니다. 배수진이야 말로 포기하고자 선택한 것을 포기하지 않았음을 굴욕적으로 보여주는 행위라고 생각한다. 아무 생각 없이 하고자 하는 것을 해야 한다.
그래서 요약하자면 요즘 나는…
-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일 3 가지만 선택해서 진행하고 있다.
- 집중을 위해서 명상을 수련하고 있다.
- 시간 남으면 하지 않고 즉시 하려고 한다.
- 불교의 가르침을 마음에 새기면서 행복과 삶의 조화를 배우고 있다.